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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탈북민 이야기 모두 경청… 이 모습이 진짜 군주”

0427 zion 2023. 11. 10. 09:10

“찰스 3세, 탈북민 이야기 모두 경청… 이 모습이 진짜 군주”

한인타운 방문 함께한 탈북 정치인 티머시 조

입력 2023.11.10. 03:00업데이트 2023.11.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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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조 영국 의회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 사무국장 /티모시 조 페이스북

“다른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하던 국왕이, 우리 앞에서는 엄청나게 진지해졌다. 그런 태도에 주변의 시선들도 자연스레 국왕에게 집중됐다.”

8일 영국 런던 외곽 뉴몰든의 한인 타운을 방문한 찰스 3세 국왕은 이곳에 살고 있는 탈북 동포들과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탈북 동포를 대표해 찰스 3세를 만난 티머시 조(36·한국명 조국성)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 사무국장은 9일(현지 시각) 본지에 “(찰스 3세는) 일일이 사람들의 손을 잡고, 웃어주고, 대단히 다정다감한 할아버지 같은 모습이다가, 탈북민들 앞에선 누구보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경청했다”고 했다. 그는 “새삼 진짜 군주와 독재 군주의 차이가 무엇인지, 북한과 비교하면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탈북민 인권 문제는 찰스 3세가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보인 주제였다. 조 사무국장은 “(행사 진행자에게) ‘여기 탈북민들이 있다’는 소개를 받자 찰스 3세의 표정이 (진지하게) 확 바뀌더라”라며 “무려 15분 정도를 할애해 우리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날 찰스 3세는 현지 한인들이 준비한 한식 체험과 전시, 공연 감상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조 사무국장은 “찰스 3세가 ‘가족이 어디 있느냐’, 또 ‘어떻게 탈출했느냐’ 구체적으로 물었다”며 “아직 가족들은 북한에 있고, 우리는 살아남았다(we survived)고 답하자 눈에 띄게 슬픈 표정을 지었다”고 했다. 조 사무국장은 2년 전 한 난민 초청 모임에서도 찰스 3세를 만난 적 있다. 그는 “당시 사진을 찰스 3세에게 보였더니 ‘맞는다, 당신 중국 국경을 넘어온 사람 아니냐’면서 그날 일을 기억하더라”라고 했다. 찰스 3세는 조 사무국장과 자리를 함께한 이정희 재영탈북민총연합회 회장에게 “살아남아줘서 고맙다”며 “영국에 잘 왔다”고 말했다. 찰스 3세는 이 회장이 “최근 중국이 탈북민을 북송하고 있는데 영국 정부가 관심을 갖고 힘을 써주시면 좋겠다”고 하자 공감을 표했다.

찰스 3세는 이날 행사장 건너편 한국전 참전 용사 추모비에 헌화하고, 이 지역 영국군 참전 용사들도 만났다. 왼쪽 가슴에 전몰자를 기리는 붉은색 양귀비꽃 배지를 하고, 흑인 참전 용사를 기리는 검은색 배지도 따로 달았다. 조 사무국장은 “찰스 3세가 전날 영국 의회에서 ‘킹스 스피치’를 한 바로 다음 날 한인 타운을 방문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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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는 현재 700명이 넘는 탈북 동포와 그 가족이 있다고 추정된다. 한인 2만여 명이 거주 중인 뉴몰든에서는 500여 명이 탈북민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초·중반 영국이 탈북민의 영국 망명에 관대한 정책을 펼치면서 탈북 동포들이 대거 영국으로 이주했다.

영국 의회에서는 탈북민 인권 문제가 APPG-NK를 통해 이미 크게 다뤄지고 있다. 이 모임은 10여 년 전 데이비드 올턴 상원의원(현재 공동의장)이 창립했다. 조 사무국장은 “공동 의장 2명과 상·하원 의원 7명이 공식 멤버이고, 비공식적으로도 의원 30여 명이 참석하는 단체”라며 “하원 650명, 상원 780여 명인 영국 의회에서 이 모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는 “탈북민 북송 문제에 대한 의회 청문회를 준비 중”이라며 “이들의 제3국행을 위해 한국과 영국이 함께 노력하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 사무국장은 22일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을 맞이해 여는 국빈 만찬에도 초대됐다. 그는 이른바 ‘꽃제비(부모 없이 유랑하며 사는 북한 아이들)’ 출신 탈북민이다. 아홉 살에 부모님이 돌연 탈북한 뒤 북한에 남겨졌고, 이른바 ‘적대 계급’으로 분류돼 차별과 박해 속에 갖은 고생을 했다. 결국 중국으로 탈북을 시도했으나 북한으로 송환되는 끔찍한 경험을 하고 2004년 다시 탈북, 필리핀으로 추방됐다가 한국을 거쳐 영국에 정착했다.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돈을 모으고 영국 리버풀대와 샐퍼드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 석사를 마쳤다. 영국 국회 인턴, 의원 보좌관 등을 거쳐 APPG-NK의 사무국장이 됐다. 현재 맨체스터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