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남침때 맨먼저 맞설 美부대 “북 미사일 위치 샅샅이 꿰고 있다”
[한미 동맹 70년, 번영을 위한 동맹]
[2] 한강 이북 유일한 주한미군 전투부대 르포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냉엄한 국제사회 현실은 적어도 지금까지 한미 동맹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한미 동맹’이 시작된 지 70년, 6·25를 통해 씨를 뿌린 동맹은 역사의 시련을 거치며 성장했고 강해졌다. 베트남·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함께 싸웠고, 이젠 우크라이나와 자유의 어깨를 걸고 있다. 미국의 원조로 성장한 한국이 미국에서 가장 많은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나라가 됐고, 미8군 무대에서 성장한 음악인들은 K팝의 씨를 뿌렸다. 70년 전 두 나라의 진격은 휴전선에서 멈췄지만, 자유와 번영을 향한 한미 동맹의 새로운 진격은 계속되고 있다. 본지는 ‘한미 동맹 70주년-번영을 위한 동행’을 통해 한미 동맹의 과거·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북한 김정은이 러시아 국경을 넘던 지난 12일. 경기도 동두천에선 주한 미군 제210야전포병여단이 M270 MLRS(다연장로켓시스템) 훈련을 하고 있었다. 210여단은 한강 이북에 주둔하는 유일한 미군 전투부대다. 일시에 최전방 북한 장사정포 부대를 초토화할 수 있는 MLRS를 수십 대 운용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6·25전쟁, 걸프전쟁 때 참전해 나치 독일, 북한, 중공,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에 맞서 위용을 떨친 명장 부대다.
주한 미군은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계기로 210여단 부대와 훈련 장면을 최초로 공개했다. 6·25전쟁 정전(停戰) 직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해온 주한 미군은 한미동맹의 대표적 상징이다. 주둔하는 그 자체만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평가된다. 그 가운데서도 비무장지대(DMZ) 철책 앞에 배치된 210여단은 북한이 남침할 경우 가장 먼저 맞닥뜨릴 ‘인계철선(引繼鐵線·Tripwire)’ 부대다.
이날 210여단이 주둔하는 동두천 캠프 케이시(Casey) 기지 연병장에서는 수십 대의 MLRS 발사대, 지휘통제 장갑 차량이 굉음을 내며 상호 운용 훈련을 펼쳤다. 북한의 선제공격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군 본부에서 원점 타격 지점을 파악해 지휘 통제 차량에 정보를 공유하면 각 지휘 차량이 MLRS 발사 차량에 타격 좌표를 전달해 융단 폭격을 가하는 절차를 익히고 있었다. MLRS는 1발당 수백 개의 자탄이 든 227㎜ 로켓탄을 동시에 12발 발사할 수 있어 ‘강철비’로 불린다.
사거리 300㎞의 지대지 탄도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도 동시에 2발을 쏠 수 있는데, 이는 갱도에 은폐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도 정밀 타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MLRS 수십 대면 DMZ 인근에 배치된 북한 240㎜ 방사포(다연장로켓), 170㎜ 자주포 등 포병 부대를 일거에 초토화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군이 지난해 MLRS 사격 훈련만 하면 한미 군을 비방하는 성명을 총참모부 명의로 내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2015년 북한의 DMZ 목함 지뢰 사태 당시 우리 군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이 적반하장식으로 서부전선 포격 도발을 벌이며 48시간 내 심리전 중지를 요구했는데, 그때 전면에 나선 부대가 210여단이다. 미군은 210여단이 MLRS 장갑 차량을 몰고 경기 파주 통일대교를 통해 최전방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는데, 이를 본 북한은 갑자기 포격을 멈추고 ‘대화’를 제안하더니 이례적으로 ‘유감’ 표명을 했다.
미 육군 2사단 소속인 브렌던 툴란 210여단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막강한 미군 화력 부대가 한국 군과 함께 최전방에 배치된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무력 도발을 억지하는 효과를 낸다”면서 “우리는 한국을 겨눈 북한의 미사일 등 공격 지점을 샅샅이 파악하고 있으며, 유사시 즉시 저들의 기지를 초토화할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70년 전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한미가 피 흘렸고 그렇게 한미동맹과 그 상징인 주한 미군이 탄생했듯이 앞으로도 한미는 어떤 최악의 상황에도 같이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10여단이 주둔하는 캠프 케이시는 한강 이북에 남은 유일한 미군 전투기지다. 과거 의정부 등 전방 여러 지역에 미군 기지가 설치돼 있었지만 평택 험프리스 기지 확장 건설이 결정되면서 전방의 미군 부대들이 모두 험프리스로 이전했다. 캠프 케이시도 험프리스로 옮겨질 뻔했지만 북한 장사정포 대응 등 임무 중요성 때문에 2014년 동두천에 계속 주둔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어 지금까지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 이 기지에는 210여단을 비롯해 미 본토에서 9개월마다 새로 순환 배치되는 부대로 현재 스트라이커(Stryker) 여단, 핵·대량살상무기(WMD)에 대비하기 위한 화생방대대도 배치돼 있다. ‘신속기동여단’으로 불리는 스트라이커 여단은 수십 대의 스트라이커 장갑차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케이시 캠프에서는 210여단 훈련과 별도로 북한의 생화학 미사일 공격 등 WMD에 대비하는 한미 연합 훈련도 진행됐다. 미 측에서는 스트라이커 여단, 제23화생방대대, 우리 측에선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육군 28사단 등이 참가했다. 생화학전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열세에 몰린 러시아가 핵·WMD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사회의 대응 과제로 급부상했다. 특히 북한은 공개적으로 핵·미사일 위협을 하는 가운데 뒤로는 생화학 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반 쇼트슬리브 화생방대대 59 화학중대장(대위)는 “화학전은 갈수록 그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 위험에 완벽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쇼트슬리브 중대장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중동 다수 지역에서 참전 경험이 있는 화학전 전문가라고 한다.
미 랜드연구소와 한국 아산정책연구원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2500~5000t의 화학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북한은 화학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야포와 다연장로켓 발사대, 박격포, 공중폭발폭탄, 미사일을 갖췄으며 화학무기 공격이 가능한 무인기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는 이날 동두천 일대에 북한의 화학 폭탄이 떨어진 상황을 가정해 훈련했다. 한미 장병들은 실제 제독 차량 등을 동원해 오염된 장갑차, 부대원들을 제독하며 안전지대로 이동시키는 연습을 대규모로 펼쳤다.
툴란 210여단장은 “우리는 한국, 그중에서도 전략적 요충지인 동두천의 일원이 돼 한국, 더 나아가 동북아의 안보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한국군과 끊임없이 손발을 맞추며 대비 태세 훈련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한 미군은 군 훈련뿐 아니라 동두천 등 주둔 지역에서 독거 노인 돌보기, 어린이 영어 교실 등 여러 봉사활동과 대민 지원을 하며 잠깐 왔다 가는 ‘손님’이 아니라 같이 힘을 합치는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툴란 여단장은 한국 근무만 이번까지 다섯 번째인데 두 번째 근무 당시 한국 여성을 만나 11년 전 결혼해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고 한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 등 공유하는 가치가 많기 때문에 두 나라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삶을 가꿔나가는 것도 상대적으로 수월한 것 같다”면서 “한미동맹이 안보동맹에서 산업·경제뿐 아니라 문화·인적 교류 등 여러 면에서 더욱 발전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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