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로빈슨 "박정희 수출 정책으로 韓 경제 폭발적 발전...다른 나라서도 성공

노벨경제학상 로빈슨 "박정희 수출 정책으로 韓 경제 폭발적 발전...다른 나라서도 성공"

본지 인터뷰
"한국의 경제 성공 박 대통령 수출 주도형 개발 정책 역할"
"그는 독재자 맞지만…나라를 위한 경제 발전에 집착 또 집착"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입력 2024.10.15. 08:37업데이트 2024.10.1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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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 /시카고대 제공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국가의 성공과 실패 원인을 정치·경제 제도라는 관점에서 분석한 아제모을루(57)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사이먼 존슨(61) 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64) 미 시카고대 교수 등 3명이 공동 수상했다. 로빈슨 교수는 수상 발표 당일인 14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은 현대적이고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산업 경제 국가가 될 수 있는 기반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면서도 “사람들은 한국이 절대 (가난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빠져나왔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 개발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수출 주도형 개발 정책을 꼽았다. 그는 “박정희 정권 때의 수출 정책은 다른 나라에서도 제대로 시행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성공적인 경제 정책이었다”며 “나는 그가 독재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경제 발전)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후 민주주의 제도로 전환한 것은 박 대통령 시절의 폭발적인 경제 발전을 지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로빈슨 교수는 “한국의 가장 큰 매력은 ‘문화적 폭발’”이라고 했다. 그는 “이는 단순 무역 정책이나 외주화(아웃소싱) 등을 넘어서는 놀라운 성과다. 내 아들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멋진 곳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노벨 경제학상의 영예는 국가 간 불평등 연구에 기여한 대런 아제모을루(57), 사이먼 존슨(61), 제임스 로빈슨(64) 등 3인에게 돌아갔다. /노벨위원회

-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한국의 경제적 성공을 자세하게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 경제는 위기란 우려가 많다.

“모든 국가가 이런 (성공과 침체의) 주기를 겪는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한국을 살펴보면 1970년에 한국은 무엇을 수출했나? 의류였다. 의류, 피복 등…. 수출의 10%가 가발이었다. 한국은 현대적이고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산업 경제 국가가 될 수 있는 기반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997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문제를 해결해 왔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한국이 절대 (가난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빠져나왔다.

나는 요즘 한국을 보면 창의성을 본다. 한국의 성공을 말할 때 삼성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음악을 생각해보라. K팝, 영화, TV를 생각해보라. 한국은 하나의 현상이다. 하나의 문화 현상이다. 이 현상의 근본엔 ‘창의성(creativity)’이 있다. (문화를 통해) 국민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인들이 새로운 시대의 경제난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매우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한국의 가장 큰 매력은 ‘문화적 폭발’이다. 이는 단순 무역 정책이나 외주화(아웃소싱) 등을 넘어서는 놀라운 성과다. 내 아들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멋진 곳이라고 생각한다.

인구 고령화 등을 이야기하지만, 지금은 젊은층 부족과 노동력 감소에 대한 기술적인 해결책이 있는 ‘로봇의 시대’다. 물론 (신기술에도) 어려운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의 큰 그림을 봤을 때 이런 문제들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저는 굉장히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의 성공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최근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수출 주도형 개발 정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때의 수출 정책들이 다른 나라에서도 제대로 시행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성공적인 정책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남북간을 비교해보자. 북한은 매우 ‘착취적(extracting) 제도’를 기반으로 사회를 만들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모든 권력과 자원을 공산당에 집중시키는 개인주의 독재 체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가난하고 기근에 시달리며 자유가 없는 대다수 북한 주민들을 희생시키고 있다.

반대로 남한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교육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극도로 ‘포용적인(inclusive) 사회’를 만들었다. 물론 정부의 막대한 도움으로 기업가 정신과 혁신이 꽃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는 전세계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고, 그 당시 어떤 경제 성공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이는 현상이다. 큰 그림을 보자면 ‘사람들에게 인센티브와 기회를 창출하는 제도와 규칙’이 있느냐가 (남북간의) 근본적인 차이라고 생각한다. 남한은 재능과 창의성이 번성할 수 있는 일련의 제도를 만들었지만, 북한 사회에선 여전히 재능과 창의성이 짓밟히고 있다.”

-박 대통령을 언급했다. 한국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여러 평가를 받는다. 독재자란 비판도 받는 반면, 한국 경제를 발전시킨 리더였다는 찬사도 받는다.

 

“나는 그가 독재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경제 발전)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서울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 박물관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가 (나라를 위해) 수출에 집착하고 또 집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말로 그는 국가 발전에 집착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당신이 알고 있는 교훈처럼 세계 역사에서 그런 사례(리더가 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한 사례)는 많지만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다만 당시 한국의 경제적 성공이 지금의 발전된 한국으로 바뀌려면 제도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한국은 독재자 한 명이 성공하기를 원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번성하는 민주주의로, 훨씬 더 포용적인 정치 제도로 전환했다. 이것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폭발적인 경제 발전을 지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의 경제를 엄청나게 진전시킨 것은 그의 공로라고 말하고 싶다. 이를 지속화하는 건 (민주주의 등의) 제도화다. 모든 것을 개인적 역량으로만 하지 않고 제도화했다는 것이 한국 모델이 가진 천재성이다.

-한국이 앞으로도 사회적 안정과 경제적인 번영을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민주주의는 무엇이 효과가 있고 무엇이 효과가 없는지 파악하고 실험을 통해 그 과정을 알아가는 데 훨씬 더 능숙하다. 한국의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나는 한국인들이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고, 이를 한국인을 위한 정당한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자로서 경제 개발 문제는 근본적으로 정치적 문제다. 어떤 경제학자가 요술 지팡이를 들고 와서 한국인들이 생각하지 못한 어떤 정책을 내놓고 서류 가방을 들고 활주로에 착륙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성공, 모든 극적인 경제적 성공은 내부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1978년 이후 중국을 생각하면 한국을 떠올릴 수 있한다. 대만을 생각해보라. 나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번영을 열망한다. 하지만 문제는 제대로 된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며, 이는 내부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정치적 과제다.

-자동화, AI(인공지능) 기술의 부상은 한국에겐 기회인가 위협인가.

“한국으로선 AI의 부상 등이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인구 고령화, 출산율 감소, 노동력 감소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대부분의 기술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생산성을 엄청나게 높이고 생활 수준을 높이며 모든 종류의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AI의 발전 등은 혁신하는 기업의 순수한 이익 동기가 사회 전반의 이익과 맞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걸맞는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무역, 지정학, 기술의 글로벌 변화를 고려할 때 향후 10년 동안 한국의 경제적 위치는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하나.

“어려운 문제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세계화의 후퇴다. 한국은 분명히 세계화에서 엄청난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수출 시장 개방으로 인해 한국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이 다변화할 필요도 있다. (지나친 중국 의존) 등에서 벗어나 수출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아시다시피 중국, 한국, 아시아의 모든 신뢰할 수 있는 (서방과의) 민주적 동맹국들이 세계 무역과 세계 생산의 재균형을 통해 대중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 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협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들간 경제 협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착취적인 제도가 경제적 역동성이나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천연자원 외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란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누구도 사고 싶어하는 제품을 생산하지 못한다. 나는 러시아, 북한 시민들이 안됐다고 생각하지만, 이들의 협력이 전세계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국가 제도가 혁신을 창출하지 못하고, 전 세계에 매우 위협적인 기술적 역동성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게 내 의견이다. 물론 북한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는 있겠지만 한국을 능가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