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5개월 만에 또 대만을 포위했다
점점 잦아지는 中 군사 압박
중국군이 14일 항공모함 랴오닝함까지 투입해 대만을 완전히 포위하는 형태의 군사 훈련에 나서면서 대만해협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건국기념일(쌍십절) 연설에서 “중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며 주권을 강조한 지 나흘 만에 대만을 전방위로 에워싸 위협한 것이다. 라이칭더 정권 출범 이후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군사 압박 빈도를 크게 높이고, ‘안전핀’으로 여겨졌던 양안(중국과 대만) 불문율들을 깨면서 준(準)전시 상태가 조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戰區) 리시 대변인은 “육군·해군·공군·로켓군 등 병력을 조직해 대만해협과 대만 섬 북·남부와 동쪽에서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聯合利劍] 2024B’를 실시한다”면서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한 경고”라고 밝혔다. 랴오닝함 전단은 대만 섬 동쪽 해역·공역에 배치했다.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은 지난 10일 라이칭더의 건국기념일 연설을 명분 삼아 군사 압박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라이칭더는 연설에서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 국가의 주권을 견지하고 침범이나 병합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그가 어리석은 대만 독립 입장을 드러내고 정치적 사익을 위해 대만해협 긴장 격화도 불사했다”고 비난했고, 이틀 뒤인 12일 중국 상무부는 대만을 상대로 추가 무역 보복 조치 검토를 발표했다.
최근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은 강도·빈도·범위 면에서 전례 없는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중국은 2020년 양안의 공중·해상 경계선 역할을 해온 대만해협 중간선을 처음으로 공식 부정했다. 이어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권력 서열 3위)이 중국의 강력 반대에도 대만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중국 군용기(군용 전투기·정찰기·경보기 등)의 중간선 침범이 상시화됐다. 그해 8월 한 달 동안 전년에 한 건도 없었던 중국 군용기의 중간선 침범이 302회로 집계됐을 정도다.
지난 5월 친미·반중 성향 라이칭더의 총통 취임 이후에는 중국의 군사 압박 강도가 더 거세졌다. 올해 중국 군용기의 중간선 침범은 벌써 1102회(1~9월)에 달한다. 중국 군용기의 영공 침범을 방지하기 위해 대만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ADIZ)도 무력화됐다. 지난 1~9월 중국 군용기의 대만 ADIZ 진입 횟수는 1905회로 2020년(381회)의 5배다.
과거에는 대만 북쪽과 남서쪽에 집중됐던 군사 압박은 대만 최후방인 대만 동쪽 공·해역으로 확대됐다. 작년 3월부터 올해 9월까지 19개월 동안 중국 군용기의 대만 동부 ADIZ 진입 횟수는 162회에 달한다. 2020~2021년에는 1회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사각지대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특히 첨단 무인기를 대거 투입하면서 대만을 겨냥한 군사 압박 범위가 넓어졌다. 중국이 항모 개발과 업그레이드에 집중하면서 수십 대의 군용기를 탑재할 수 있는 랴오닝함·산둥함은 이미 각종 군사 훈련에서 대만 해역에 적극 투입되고 있다.
라이칭더 취임 이후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은 대만 침공 상황을 가정한 ‘리허설’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육해공 합동 공격 능력을 확보하고, 효과적인 ‘봉쇄’ 전술을 시험하는 동시에 대만군의 반응과 민심을 관찰하는 것이다. 리시 대변인은 “이번 훈련에서 군함과 항공기가 여러 방향에서 대만 섬에 접근하고, 각 군이 합동 돌격할 것”이라며 “해상·공중 전투준비, 경계·순찰과 주요 항구·영역 봉쇄 등을 집중 훈련해 연합 작전 실전 능력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중국은 대만 포위 훈련을 예고 없이 실제 군사 작전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중국군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인 것은 5개월 만으로, 대만 포위 훈련의 빈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20일 라이칭더는 취임식 연설에서 “대만은 중국과 상호 예속되지 않았으며 모든 정당은 (중국의) 병탄을 반대하고 주권을 수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고, 중국은 사흘 뒤에 이틀 일정으로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 2024A’ 훈련을 벌였다. 당시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대만 독립’ 도발이 그치지 않으면 중국군의 국가 주권·영토 완전성 수호 행동은 잠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 포위 훈련이 지속될 것을 경고했다.
대만은 반발했다. 대만의 중국 담당 기관인 행정원 대륙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중국의 이번 군사 훈련은 무력 위협이라는 오래된 전술의 반복이자 비이성적 행동으로 우리는 물러서거나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군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하고 전투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압박에 맞서 대만은 미군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무장 수준을 높이고 있다. 대만군은 지난해 6월 미국 미시간주방위군 훈련에 기동여단을 보내 미국과 단교 이후 첫 미국 본토 훈련을 했다. 지난 4월에는 미국과 대만 해군이 서태평양에서 비밀리에 합동 훈련을 벌였다. 중국이 서태평양에서 세력을 확장할수록 미군이 적극적으로 이에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중국이 (대만 총통의) 일상적인 연례 연설에 군사적 도발로 대응하는 것은 부당하고 위험을 확대한다”며 “미국은 중국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동맹국 및 파트너와 공동의 우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대만해협 중간선
사실상 양안(중국과 대만)의 공중·해상 경계선. 미국이 대만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이듬해인 1955년 미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국과 대만 간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선언했던 비공식 경계선이다.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하면서 상호방위조약은 효력을 상실했지만, 미국이 유사시 대만을 군사 지원할 법적 근거인 대만관계법을 제정하면서 양안의 비공식 경계선으로 효력을 인정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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