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싱가포르 "공급망 위기 땐 5일 내 공동 대응"

한국·싱가포르 "공급망 위기 땐 5일 내 공동 대응"

양국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 체결… 국가 간 공급망 약정은 세계 처음

싱가포르=양승식 기자

입력 2024.10.0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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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의회에서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각)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내년 양국 수교 50주년에 맞춰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바이오, 에너지, 첨단산업 분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위기 발생 시 양국이 공동 대응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도 체결했다. 국가 간 공급망 약정을 맺은 건 세계적으로 처음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공동 언론 발표에서 “양국은 점증하는 국제 경제의 불안정성에 대응하여 전략 물자 공급망과 에너지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며 “이번에 체결된 양국 간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을 기초로 바이오, 에너지, 첨단산업 분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교란에도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고 했다. 양국은 공급망 교란 징후를 포착하면 서로 신속히 통보하고, 공급망 교란 발생 시 5일 내에 긴급 회의를 개최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싱가포르항은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2위 항만이자 120여 국 600여 항구를 연결하는 ‘글로벌 물류 허브’로 통한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싱가포르의 통상 네트워크를 활용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국립식물원에서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함께 저명 인사의 이름이 적힌 난초를 보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을 방문한 귀빈을 위해 난초 종(種)에 귀빈의 이름을 붙이는 ‘난초 외교’를 하는데, 이날 싱가포르 정부는 한 난초 종에 ‘윤석열·김건희 난초’라고 이름 붙였다. /뉴시스

양국은 이날 ‘LNG(액화천연가스) 협력 MOU’도 체결해 LNG 스와프, 공동 구매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이고 싱가포르는 국제 LNG 교역 거점이라는 점에서 양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웡 총리는 내년 수교 50주년에 맞춰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계기로 양국 간 인공지능(AI)·디지털·첨단산업·스타트업 분야 등 협력도 확대될 전망이다. 웡 총리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며 “양국 간 협력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한·싱가포르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포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이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싱가포르 주롱 혁신지구의 현대차그룹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도 방문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국내 의료 개혁에 대해 “모든 개혁에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대통령, 여당, 야당 그 어떤 것도 국민을 이길 권력은 없다”며 “여소야대 정국과 낮은 지지율이 개혁의 장애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있는 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을 믿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힘으로 국민이 원하는 개혁을 해나가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성장 동력을 지키려면 의료 체계를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의료 서비스가 격차와 쏠림으로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고 있고, 이것이 의료 개혁을 시작한 핵심적 이유”라며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을 높이고, 의료 사고로 인한 의사의 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와의 국방 당국 간 소통을 활성화하겠다”며 “아세안 지역에서 실시되는 연합 훈련에 적극 참여하고 방산 협력을 심화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