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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서울대병원 이송, 응급현장 원칙 무너진 게 본질”

0427 zion 2024. 1. 10. 10:34

“이재명 서울대병원 이송, 응급현장 원칙 무너진 게 본질”

김태진 부산시의사회 회장

입력 2024.01.10. 03:00업데이트 2024.01.1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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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방문 도중 피습당했다. 이 대표는 피습 직후 최초 입원했던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소방 헬기를 이용해 전원(轉院)했다. 이에 의사 단체는 잇따라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9일까지 지역 의사회 16곳 중 충북·전남을 제외한 14곳이 비판 성명을 냈다. 성명을 처음 낸 건 부산광역시의사회다.

김태진 부산시의사회 회장이 9일 오후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의 한 병원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일각에서는 의사회의 성명을 두고 “사람의 목숨이 오갔던 일인데 지나친 측면이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본지는 이번 성명을 주도한 부산시의사회 김태진(60) 회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왜 성명을 발표했나.

“지금껏 쌓아온 응급 의료 체계의 상식과 원칙이 한 번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 전원 문제의 본질은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의 싸움이 아니다. 성명을 낸 건 정치적 논평 차원이 아닌 전문가 단체로서의 입장이지 어느 당을 편들고자 하는 것도, 어느 당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여당과 야당, 수도권과 지방이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응급 현장에서는 제3자 누구보다 환자의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의료진의 결정 권한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이 대표 피습 이틀 뒤에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건 직후 이사진 사이에서 ‘지역 의료진 차원에서 성명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건의가 나왔다. 상황이 뭔가 옳지 않다는 건 느꼈지만, 환자 상태나 전후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다. 응급 상황이었다면 부산대병원에서 수술해야 했고,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헬기를 타고 상급 종합병원으로 가면 안 됐다. 야당 대표가 아닌 일반인 환자라 하더라도, 환자 정보를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더욱 상황 파악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고 이틀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성명서를 내고 나서 부산시의사회 회원들에게서 문자가 쏟아졌다. ‘정말 잘했다’는 사람도 있었고 ‘왜 더 세게 성명서를 내지 않았느냐’는 불만도 있었다.”

헬기로 이송되는 이재명 대표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노들섬에 도착한 소방 헬기에서 내려지는 모습. 부산 가덕도에서 피습당한 이 대표는 이날 부산대병원에 입원했다가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전원(轉院)했다. /뉴시스

-얼마나 위급해야 헬기로 환자를 이송할 수 있나.

“119 응급 의료 헬기 구급 활동 지침에 따라 환자 생명 유지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등 여러 요건이 있다. 응급 상황이 아닌데 탔다면 당시 꼭 필요한 환자의 기회를 빼앗았을 가능성이 있다. 사회 지도층일수록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더 평범한 방법을 이용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사람이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성명까지 낼 사안이었나.

“부산시의사회 성명을 포함해 모든 지역 의사회는 성명서 서두에 ‘쾌유를 기원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또 성명서 발표 당시 당 차원의 브리핑과 언론 보도를 통해 이 대표의 건강상 위중한 시기는 지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어떻게 테러를 당한 사람을 비판할 수 있느냐’며 정치적 목적을 의심하는데, 성명 발표는 지역 의료 체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고의 결과다.”

-부산대병원 의료진은 이 대표 가족의 전원 요청을 존중했다고 했다.

“일상 진료와 응급 진료를 구분해야 한다. 장기간 관찰과 진료가 필요한 일상 진료 환자는 가족이나 주변의 편의를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의 처치가 시급한 응급 진료의 경우 환자의 안전이 가족이나 주변 편의보다 우선 고려 대상이다. 하지만 정치 지도층이라면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잘 알아야 한다. 벌써 비응급 환자 중 ‘119 불러달라’며 타 병원 이송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