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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점령한 유튜버들, 곳곳 휘저으며 생중계

0427 zion 2024. 1. 5. 08:33

서울대병원 점령한 유튜버들, 곳곳 휘저으며 생중계

경찰 통제 뚫고 회견장 난입도

입력 2024.01.05. 03:58업데이트 2024.01.0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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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원해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 유튜버 30여 명이 몰려들어 각자 스마트폰 셀카봉을 손에 들거나 삼각대를 설치한 채 병원 앞 상황을 실시간 방송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경찰 측은 병원 입구에 인력을 배치하고 출입 통제선을 설치했다. /고유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흉기 피습 사건이 일어난 지난 2일. 이 대표 이송이 예정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는 오후부터 50여 명의 유튜버가 몰려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이 대표 지지자로,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목도리를 맸다. 일부는 ‘이재명은 청렴하다’라는 문구의 배지를 달고 있었다.

이들은 셀카봉을 들고 스마트폰으로 병원 상황을 실시간 중계했다. 한 유튜버는 “이 대표 피습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린다”며 울먹였다. 이날 오후 3시 20분쯤 이 대표가 서울대병원에 도착하자 이들은 “대표님 힘내세요” “배후를 색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구독자 38만명의 한 유튜버는 이 대표 도착 직후 “브리핑이 없는 걸 보면 누군가 배후에서 이재명 대표님의 피습 사건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시간 시청자는 2000명이었다. 시청자들은 “병원에서 브리핑을 안 하는 이유는 가짜 뉴스 남발하라고 누군가 압력을 넣었기 때문” “서울대 감사가 검찰일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유튜브 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이 유튜브 채널은 이날 하루 우리나라 유튜브 인기 순위 31위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7시 40분 이 대표 관련 공식 브리핑을 했다.

괴한의 흉기에 찔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3일 오후 경찰이 배치되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병원 입구에 유튜버들이 자리잡고 개인방송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일정을 소화하던 중 피격 당했으며 같은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남강호 기자

일부 유튜버들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병원 안을 돌아다니며 생중계를 이어갔다. 서울대병원과 경찰 측은 병원 입구에 10여 명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했다. 병원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된 유튜버들이 입구에 몰려들자 병원 측은 안전사고를 우려해 출입 통제선도 설치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공지된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 강당에는 유튜버 5명이 난입했다. 병원 측은 기자증을 소지한 취재진만 출입을 허용했으나 통제를 뚫고 안으로 들어왔다. 병원 앞에서 밤을 지새우며 생중계를 하는 유튜버도 있었다. 30여 명의 유튜버는 이 대표 입원 이튿날인 3일에도 생중계를 이어갔다.

 
 

서울대병원 앞 방송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3일 오전 구독자 10만명의 유튜버는 한 시청자가 채팅창에 반대 의견을 남기자 “너 발암(암유발자)이야?” “너 몇 살이야” “창자를 뽑아서 줄넘기를 해야겠다”고 소리쳤다. 또 다른 유튜버는 “오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일정이 오후 5시쯤 있는데 오후 4시 정도에 방송을 켜겠다”며 “그때 한동훈을 박살낼 테니 한동훈 털러 가는 방송 지켜봐 달라”고 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수퍼챗(시청자가 유튜버에게 주는 후원금)’을 쐈다. 이 유튜버는 실제로 이날 오후 대한노인회를 찾아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욕설을 하고 소란을 피웠다.

그래픽=이철원

일부 유튜버들은 기자들의 취재 활동도 방해했다. 3일 오후 4시쯤 민주당 소속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 브리핑을 하자, 유튜버들이 몰려들었다. 유튜버들은 기자들을 상대로 “기레기들 잘도 받아쓴다” 등 소리를 질렀다. 일부 유튜버들은 기자들을 상대로 일일이 소속을 물어가며 특정 매체 기자들을 찾기도 했다. 기자들이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취재진과 유튜버들 사이에 마찰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극단 성향 유튜버가 정치 양극화와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 유튜버들은 정치를 자기 돈벌이로 쓰는 ‘신념 산업’ 종사자”라며 “구독자 30만명이 수익을 담보하는 조건이라면, 일단 극단적 주장을 해서라도 30만명을 빨리 모아야 생존에 유리하다”고 했다. 윤왕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최근 몇 년간 한국 정치판에서는 특정 지도자와 그들의 지지자가 힘을 독점하는 전형적인 팬덤 정치의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며 “유튜버들의 출연은 이런 팬덤 정치의 산물”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