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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3년 필요한 간첩 수사… 경찰, 4주 교육 후 투입

0427 zion 2024. 1. 2. 09:13

최소 3년 필요한 간첩 수사… 경찰, 4주 교육 후 투입

국가정보원 대공 수사권 63년 만에 경찰로 넘어가

입력 2024.01.02. 03:00업데이트 2024.01.0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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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대강당에서 전국 시·도 경찰청 소속 안보팀장 120여 명이 ‘안보수사 지휘역량 평가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날 시험은 대공수사권 이전을 앞두고 역량이 떨어지는 안보 경찰을 추려내겠다는 취지로 치러졌다./뉴스1

올해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이 경찰로 전면 이양되지만 경찰은 이를 넘겨받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은 국정원·경찰·민간 합동으로 실시한 ‘국가정보원 대공 수사권 폐지 준비 상황 점검’에서도 나타났다고 한다. 작년 10월 기준으로 50항목 가운데 ‘완료’로 평가된 것은 극히 일부였다는 것이다. 50항목은 경찰 보안 수준, 대공 수사 장비 구비, 수사 인력 교육 등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완료’된 과제는 다섯 가지도 안 됐을 것”이라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경찰이 부랴부랴 작년 말까지 이행률을 50%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찰은 대공 수사 운용을 위해 국가수사본부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설치했고 안보 수사 연구·교육 센터를 만들었다. 안보 수사 인력도 작년 724명에서 올해 1127명으로 총 403명(55.7%) 늘릴 예정이다. 수사 사령탑 역할을 할 안보수사단도 142명 규모로 출범한다. 안보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 예산을 345억원 잡았는데, 작년보다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형만 갖췄을 뿐, 조직에 채워넣을 전문수사 인력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경찰은 일선에 있는 안보 경찰 가운데 비(非)수사 부서 인원 등을 안보수사국과 산하 조직으로 재배치할 예정이다. 이들은 기본소양 1주, 대공 수사 실무교육 3주를 거쳐 투입된다. 경찰 관계자는 “민감한 간첩 수사를 하는데 4주 교육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문성과 휴민트(인적 정보 자산)가 중요한 대공 수사에 ‘비숙련 인력’을 투입하는 건 수사력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 안보수사단장 출신인 황윤덕 한국통합전략연구원 원장은 “경찰은 1년 이상이면 장기 사건으로 취급하는데, 대공 수사는 최소 3년 이상 밀착 정보 수집해 수사해야만 성과가 나올 정도로 사건 성격 자체가 다르다”며 “몇 주 교육으로 노하우가 습득되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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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하경

국정원의 대공수사 인력 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적으로도 경찰은 국정원의 공백을 메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경찰이 국정원 수준으로 대공 수사를 하려면 최소 3000명은 필요할 것”이라며 “경찰의 대공수사 인력을 국정원 수준으로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테고, 결국 한국의 대공수사 역량의 총량이 쪼그라드는 것”이라고 했다.

대공 수사 컨트롤 타워인 안보수사단 건물은 지금까지도 공사를 마치지 못했다. 지난달 본지 기자가 안보수사단 건물을 찾았을 땐 건물 바로 앞에 공사 자재가 널브러져 있었다. 1일 다시 현장을 찾았을 때도 보안 문제는 여전했다. 옆 아파트 주차장에서 안보수사단 건물 전체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급하게 예산을 끌어다 MDM(휴대전화 보안관리) 시스템, CCTV 등 시설 보안 조치를 마무리한 상태”라며 “그 외 추가적인 시설 보안 조치는 올해 초 예산을 확보해 오는 3월까지 100% 완료할 계획”이라고 했다.

일선 경찰의 안보수사 부서는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한다. 최근 일선서 안보팀장들은 매주 2~3회씩 아이디어 회의를 여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안보 경찰관은 “대공 수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청사진을 내놓으라고 한다”면서 “법 시행까지 주어진 3년의 유예기간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발등에 불 떨어지자 위에서 비상을 걸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