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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생각날 때마다 모았어요”…기일에 보내온 편지에 소방관 뭉클

0427 zion 2023. 12. 26. 09:03

“남편 생각날 때마다 모았어요”…기일에 보내온 편지에 소방관 뭉클

입력 2023.12.26. 08:29업데이트 2023.12.2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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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기부자가 경기 광주소방서에 보낸 선물상자에 담긴 음료수./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1년 전 갑작스럽게 남편을 떠나보낸 30대 여성이 남편을 살리기 위해 출동했던 구급대원들을 위해 기부금과 손 편지를 전달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경기 광주소방서에 와플 등 간식과 음료 50잔이 든 선물 박스가 배달됐다. 익명으로 보내진 박스에는 간식, 음료 외에 현금 200만원이 든 봉투와 편지가 함께 들어있었다.

익명의 기부자는 편지에서 자신을 “예쁜 딸아이의 엄마이자 1년 전 오늘 구조대원님들께서 구조해주신 한 남자의 아내”라고 소개했다.

그는 “춥게 눈 내리던 그 날 추위도 잊고 어떻게 해서든 빨리 구조하려고 노력하던 구조대원들, 구조 후 구급차로 옮겨가는 와중에도 같이 뛰며 조금이라도 더 응급조치해 주신 분, 남편과 따로 구급차에 태워 병원에 절 데려다주시며 놀라지 않게 설명해주시며 빠르게 데려다주시려고 노력하던 모습이 어제인 것같이 생생한데 일 년이 지났다”고 했다.

이어 “일 년이 지난 오늘은 예쁜 딸의 생일이자 남편의 기일인데 이날이 오는 게 무서워서 남편이 아이를 위해 생일선물 준다고 생각하고 남편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모았다”며 “아이에게 아빠 이름으로 뭔가를 사주는 것도 좋지만 그날 애써주신 분들께 인사드리는 게 남편도 ‘우리 아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했다.

 
 
 
익명의 기부자가 경기 광주소방서에 보낸 손편지./경기도소방재난본부

그는 “없는 살림에 모은 돈이라 감사한 마음에 비하면 턱없이 작지만, 부디 부담 없이 편히 받아주시고 구조대원분들께서 필요한 곳에 사용해달라”고 부탁했다.

광주소방서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신고한 뒤 기부자를 찾아냈다. 기부금의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기부금을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소방당국은 30대 여성 A씨를 찾아 기부금을 돌려줬다.

A씨의 남편은 지난해 12월15일 직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지병을 앓던 그는 구급대원들에게 응급처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A씨는 돌려받은 돈을 남편의 이름으로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관계자는 “출동 중에 사망자가 나오면 유족으로부터 원망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분은 선물과 함께 진심 어린 편지까지 써주셔서 직원들 모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