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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과 달랐다… 1000만명 간 순천만정원, 3가지 성공비결

by 0427 zion 2023. 11. 1.

새만금과 달랐다… 1000만명 간 순천만정원, 3가지 성공비결

국제 정원 박람회 성공
현금 840억 퍼주기 대신
순천 박람회에 투자

입력 2023.11.01. 04:17업데이트 2023.11.01.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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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 순천만 국제 정원 박람회가 7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31일 폐막했다. 이날 오후 정원 박람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순천호수공원에 솟은 봉화 언덕 산책로를 걸으며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31일 막을 내린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는 누적 방문객 980만명을 끌어모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순천만 정원박람회는 지난 8월 준비 부족 등으로 파행을 겪었던 전북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와는 여러 면에서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두 행사는 컨트롤타워의 역할, 예산의 효율적 사용이란 측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고 말한다.

작년 7월 순천시가 박람회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무렵 인근 시군에선 주민 1인당 30만원씩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러나 순천시는 시민 28만명에게 나눠줄 840억원(1인당 30만원 기준)을 박람회에 투자했다. 일부 시민들 불평도 있었지만 노관규 순천시장은 “그 돈 받아서 살림 펴는 것 아니다”라며 설득했다. 박람회 전체 예산 2040억원 중 국비는 7.5%뿐, 62%인 1272억원을 순천시가 부담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시와 시민 모두 현금 살포의 유혹을 견디고 순천의 미래에 투자했다”며 “포퓰리즘 대신 실리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전권(全權)을 쥔 순천시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정원박람회는 김영록 전남지사와 김대중 전남교육감 등 3명이 조직위 공동위원장이었지만, 대부분의 권한이 노 시장에게 위임됐다.

새만금 잼버리대회는 정반대였다. 전북도는 새만금 잼버리라는 일회성 국제 행사를 계기로 정부의 SOC 예산을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행사장이 필요하다며 1846억원을 들여 갯벌을 졸속으로 매립하고, 새만금공항 건립도 추진했다. 행사장에 설치된 화장실과 샤워장은 부실했고, 방역이 허술해 벌레가 들끓었다. 잼버리 조직위와 집행위 지휘부도 여성가족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전북도지사 등 여러 기관장이 섞여 있는 상태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노관규 순천시장

정원박람회라는 콘텐츠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노관규 시장은 작년 7월 취임하자마자 박람회 현장에 시장실을 만들고 매일 출근했다. 현장에서 간부 회의를 열고 그날 발생한 문제에 즉시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조직위 105명 중 75%(78명)를 순천시 공무원으로 꾸리고, 천제영 전 부시장에게 사무총장을 맡겼다. 시청을 박람회 현장으로 옮겨놓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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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시장은 2013년 ‘1회 정원박람회’를 직접 기획했다. 세계적인 경관 건축가 찰스 젠크스와 국내 조경 전문가 고정희 박사 등 여러 전문가 조언을 받아 정원박람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2012년 총선에 출마하는 바람에 직접 박람회를 주관하진 못했다. 총선에서도 떨어져 10여 년 공백기를 가졌다. 노 시장은 “10년 넘게 ‘야인 생활’을 하면서 세계 정원 문화를 체험하고 가든 전문 지식을 공부했다”며 “그 결과물이 이번 정원박람회”라고 했다.

박람회를 준비한 공무원들의 전문성도 성공에 기여했다. 순천시는 2014년부터 국가정원운영과와 정원산업과 등을 운영하며 정원 전문가 40여 명을 길러냈다. 순천시에는 외부 정원 전문가만 100여 명이 위촉돼 있다. 첫 박람회 때 조성본부장을 맡았던 최덕림 전 국장이 이번 박람회 총감독을 맡았다.

시민의 참여도 큰 힘이 됐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저류지(貯溜池) 공원(오천그린광장)’과 도로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잔디를 깐 ‘도로 정원(그린아일랜드)’을 선보였다. 조성 과정에서 교통 불편 등 시민들 불만이 상당했다. 그러나 순천시는 끈질긴 설득으로 주민 동의를 받아냈다. 실제 개막 후에는 하루 490여 명의 운영 인력 중 400여 명이 모두 순천 시민이었다. 7개월 동안 연인원으로 하면 11만3000여 명에 이른다.

그래픽=김성규

“순천을 배우자”는 벤치마킹도 잇따랐다.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 무려 510개 기관이 박람회장을 다녀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순천 그린아일랜드를 보고서 “서울에도 이 정원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지난 3월 개막식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참석한 것도 전국적인 관심을 끄는 데 주효했다고 조직위 측은 분석했다.

순천시는 폐막 후에도 오는 5일까지 닷새 동안 정원박람회장를 무료 개방한다. 6일부터는 내년 봄 재개장을 위해 정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겨울 철새를 볼 수 있는 순천만습지는 입장료를 조절해 정상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