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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검사에 따지며 직접 변론... 영장심사 9시간 17분 만에 종료

by 0427 zion 2023. 9. 27.

이재명, 검사에 따지며 직접 변론... 영장심사 9시간 17분 만에 종료

헌정사 첫 제1야당 대표 영장 심사

입력 2023.09.27. 00:33업데이트 2023.09.27.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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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질문에, 땅만 보며 걸어가 - 26일 오전 10시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검은색 카니발 차량에서 내린 이 대표는 기자들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우산을 들고 지팡이를 짚으며 법원으로 들어갔다. /박상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6일 오후 7시 49분쯤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9시간 17분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 방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밖으로 나왔다. 서훈 전 국정원장(10시간 6분)에 이어 역대 둘째로 긴 실질심사였다.

이 대표는 카메라가 가득한 정면을 응시하면서도 “이화영(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씨에게 진술 번복시켰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등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는 않았다. 이어 검찰이 준비한 검은색 스타렉스 차량을 타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렸다.

이 대표는 이날 실질심사 최후 진술에서 “성남시장이 돼 (대장동·백현동 개발 등) 공적(公的) 개발을 추진한 이후 세상의 공적(公敵)이 된 것 같다. 하루도 빠짐없이 검찰 수사가 이어지는 것이 억울하다”며 “(정치를 하며) 한 푼의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조사를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뉴스1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분 검은색 카니발 차량을 타고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했다. 넥타이 없이 짙은 남색 정장 차림을 한 채,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차에서 내렸다. 단식하며 기른 수염은 면도로 정리한 모습이었다. 그는 법원 출입구까지 46걸음을 걷는 1분 동안 말없이 땅만 봤다. 보안 검색대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321호 법정으로 올라갔다. 제1 야당 대표가 1997년 도입된 실질심사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26분 입원해 있던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나와 법원으로 향했다. 그는 지난 23일 24일간 단식을 중단하고 이 병원에서 회복 치료를 받아왔다. 지팡이를 짚고 병원을 나오던 중 한 번 휘청하면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통상 실질심사를 받는 피의자를 검찰청으로 불러 법정으로 호송하지만, 이날은 구인(拘引) 영장을 321호 법정 앞에서 집행했다. 법정 앞에는 이 대표의 건강 이상을 대비해 혈압계 등 응급 구조 박스를 든 의료진이 대기했다.

검찰에선 ‘백현동 아파트 특혜 개발 사건’ ‘위증 교사 사건’을 담당한 최재순 대전지검 공주지청장,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한 김영남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 등 수사팀 검사 10여 명이 나왔다. 이 대표 측에서는 고검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와 고법 부장판사 출신 김종근 변호사, 부장판사를 지낸 이승엽 변호사 등 6명이 출석했다. 검찰 수사 때와 달리 실질심사에선 판사 출신 변호사들을 보강한 것이다.

 
 
이재명, 9시간 20분 만에 영장 심사 종료 -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7시 49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지호 기자

양측은 유창훈 영장 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실질심사에서 오전 10시 7분부터 낮 12시 43분까지 2시간 36분 동안 백현동 아파트 특혜 개발 관련 배임 혐의를 두고 맞부딪쳤다. 오후 1시 19분 재개된 심문에서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과 위증 교사 혐의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는 심문 중 직접 자신의 혐의 사실에 대해 반박하거나, 판사의 질문에 직접 답변하는 등 적극적으로 심문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로는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법정 옆 피의자 대기실에서 죽으로 점심과 저녁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법정에서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대북 송금을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민주당 인사들이 이씨를 구치소에서 접견하면서 “‘위’에서 ‘검찰이 탄압해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취지의 옥중 서신을 써달라고 한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이 재생됐다고 한다. 또 검찰은 이 대표가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증인에게 수차례 위증을 요구하는 통화 녹취록도 법정에서 제시했다. 여기엔 “기억이 안 난다”는 증인을 상대로 이 대표가 자신이 원하는 증언 내용을 알려주며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 등으로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에 이 대표 측 변호인은 “녹취록 전체 내용을 봐야 한다”는 취지로 반박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검찰은 또 이 대표가 작년 11월 안부수(아태협 회장)씨가 대북 송금 관련으로 체포된 다음 날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에게 연락해 이화영씨 측근과 아내 백모씨의 연락처를 건네받은 문자 메시지도 법정에서 공개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두 사람을 접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후 백씨 등이 이화영씨의 지역구였던 경기도 용인 지역 민주당 인사를 만났고, 이들이 구치소에서 이화영씨를 접견해 회유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이 경기도 공문서를 유출해 수사 대응 자료로 활용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 지시로 문건을 빼돌렸다’는 취지의 민주당 대표실 직원 진술도 확보해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은 쌍방울에 북한에 돈을 주라고 시키거나, 이 전 지사에게 진술 번복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