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와 형들, 물속 탄환 지유찬... 홈팀 중국 압도하고 金물결
2번 泳者부터 마지막까지 선두
지유찬 예선·결선서 대회기록 경신
‘금빛 역영’의 날이었다. ‘물속 탄환’ 지유찬(21·대구광역시청)이 남자 자유형 50m에서 21년 만에 우승했고, 남자 수영 계영 800m 대표팀이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계영 종목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경영 종목 메달 레이스가 시작된 지난 24일. 홈팀 중국은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을 꽉 메운 6000여 명 팬들의 압도적인 성원에 힘입어 7개 종목을 모두 휩쓸었다.
이들은 경기 내내 오성홍기를 흔들며 ‘짜요(화이팅)’를 목청껏 외쳤다. ‘중국 수영 체전에 한국과 일본은 들러리를 섰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 장면을 보면서 한국의 한 청년은 “내가 그 흐름을 끊겠다”고 내심 다짐했다.
그 첫 반격은 지유찬이 25일 시작했다. 남자 자유형 50m 결선에서 21초72로 1위를 차지한 것. 앞서 예선에서 21초84로 대회 기록(종전 21초94)과 한국 기록(종전 22초16)을 모두 갈아치우며 전체 1위로 결선에 올랐던 지유찬은 마지막 무대에선 더욱 속도를 높였다. 다만 시오우라 신리(32·일본)의 아시아 기록(21초67)엔 0.05초 모자랐다. 홍콩의 호이안옌터우(26)가 21초87로 2위를 했고, 전날 자유형 100m 금메달을 딴 중국 ‘신성’ 판잔러(19)가 3위(21초92)로 들어왔다. 처음 나선 아시안게임에서 지유찬은 한국 수영에 첫 ‘깜짝’ 금메달을 안겼다.
전남중-광주체고 출신인 지유찬은 9살 때 수영을 시작해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자유형 400m를 ‘주종목’으로 하는 선수였다. 그러다 고교 때부터 단거리 선수로 전향해 자유형 50m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단거리 영자로는 상대적으로 작은 키(176cm)이지만, 팔을 완전히 펴서 돌리는 스트레이트(straight) 영법과 무호흡 영법을 앞세워 고속 성장했다.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50m에서 한국 선수가 정상에 오른 건, 2002년 부산 대회 김민석(공동 1위) 이후 21년 만이다.
지유찬은 “뒤에 경기하는 한국 선수들도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바람은 현실이 됐다. 황선우(20)와 김우민(22), 양재훈(25·이상 강원도청), 이호준(22·대구광역시청)으로 이뤄진 계영 800m 대표팀이 남자 계영 800m 결선에서 아시아 신기록(7분01초73)으로 정상의 공기를 만끽했다. 7분01초73이라는 기록은 일본이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작성한 7분02초26을 14년 만에 0.53초 단축한 아시아 신기록이다.
한국은 결선에서 앙재훈이 1번 영자로 나서 스타트를 끊어 2위(1분46초83)를 했다. 이후 물속에 뛰어든 이호준이 역영해 400m 지점에서 한국을 1위로 올려놓았다. 그리고 3번 영자인 김우민과 마지막을 책임진 황선우가 폭발적인 스퍼트로 선두를 끝까지 지켜냈다. 홈팀 중국(왕순, 뉴광성, 양하오위, 판잔러)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렸지만, 7분03초40으로 한국에 1.67초 차 뒤져 2위를 했다. 일본(7분06초29)이 동메달을 챙겼다.
계영 800m는 한 팀에서 네 명의 선수가 자유형으로 200m씩 이어서 헤엄친 시간을 합산해 최종 순위를 가리는 단체전 종목으로 한 명의 뛰어난 선수론 정상에 설 수 없다. 모두가 고르게 기량을 갖춰야 한다. 이날 결선에서 금메달을 일군 ‘황금 세대’가 갑자기 나타난 건 아니다. 이들은 대한수영연맹 ‘특별 전략 육성 선수단’의 일원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 초에도 ‘수영 강국’ 호주로 넘어가 현지 지도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지옥 훈련을 견뎠다. 혼자 해외를 떠도는 대신 함께하며 더욱 강해졌다. 지난 7월 열린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도 예선과 결선에서 연달아 한국 기록을 경신하며 세계 6위에 올랐다. 황선우는 “열심히 한 만큼 결과물이 돌아온 것 같다. 응원해주신 팬분들에게 감사한다. 기분이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다”고 기뻐했다.
그동안 단체전인 계영에서는 은메달 4개(1990년 베이징 여자 계영 400m, 1994년 히로시마 남자 계영 800m, 2010년 광저우 남자 혼계영 400m, 2014년 인천 여자 혼계영 400m)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이날 황금 세대가 마침내 새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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