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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법원장 바뀌어도 여전히 ‘뒷방’… 고법 부장 줄사표

0427 zion 2024. 1. 5. 08:40

[단독] 대법원장 바뀌어도 여전히 ‘뒷방’… 고법 부장 줄사표

법원장 인사 앞두고 3명 사직

입력 2024.01.05. 05:00업데이트 2024.01.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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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성규

이달 말 전국 법원장 인사를 앞두고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이 사표를 내고 있는 것으로 4일 전해졌다. 서울고등법원에서 홍승면(사법연수원 18기) 부장판사, 서태환(19기) 부장판사와 이재희(23기) 부장판사가 최근 사표를 냈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사직을 고민 중인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홍승면 부장판사는 대법관과 대법원장 후보로 꼽혀 왔다. 1983학년도 대입 학력고사에서 340점 만점에 339점을 받아 전국 수석으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이후 사법연수원도 수석으로 수료했다.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시작해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구고법 부장판사, 대법원 수석 재판연구관 등을 거쳤다. 또 법원행정처에서 인사제도연구담당관, 사법지원실장 등도 지냈다. 한 법조인은 “홍 부장판사가 재판을 하면 사실관계 판단과 법리 적용에 빈틈이 없어 ‘홍승면 판결은 상급심도 뒤집기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홍 부장판사는 조희대 대법원장과도 인연이 깊다고 한다.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이던 시기에 홍 부장판사가 수석 재판연구관으로 일했다. 한 부장판사는 “조 대법원장이 다른 재판연구관들에게 ‘홍승면에게 배워라’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고 했다.

또 서태환 부장판사도 ‘엘리트 법관’에 속한다. 재판 실력이 뛰어난 판사들이 맡는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냈다. 일선에서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광주고법 부장판사, 인천지법 수석 부장판사 등을 맡았다. 이재희 부장판사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전지법 천안지원장, 대구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이에 대해 한 부장판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에서 지방법원장을 임명하는 법원 인사 제도가 유지됐다면 홍 부장판사와 서 부장판사는 진작에 지방법원장을 했을 것”이라며 “전임 대법원장이 인사 제도를 바꾸면서 두 사람이 지방법원장을 못 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의 ‘줄사표’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고법부장 승진 제도를 없애고 고법부장들이 지방법원장이 되지 못하게 만들면서 벌어진 일이다. 과거 ‘법관의 꽃’으로 불렸던 고법부장들이 ‘찬밥’ 신세가 됐다. 김 전 대법원장 취임 이후 5년간(2018~2022년) 사표를 내고 법원을 떠난 고법부장이 33명에 이른다. 특히 지난 2021년에는 고법부장 12명이 법복을 벗었다.

한 부장판사는 “고법부장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지방법원장이 될 수 없으니 더 이상 법원에 있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오면서 고법부장들이 과거처럼 지방법원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는데 올 1월 말로 예정된 지방법원장 인사에서도 고법부장들이 지방법원장이 될 수 없게 되면서 실망감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고법부장들은 법원이 20년 이상 양성한 인재들로 재판 경험과 실력이 가장 풍부한 판사들인데 이들이 법원을 떠나는 것은 사법부의 큰 손실”이라고 했다.

한편 고법판사들도 다음 달 초 법관 정기 인사에 앞서 사표를 잇따라 내고 있다고 한다. 서울고법에서 11명, 수원고법에서 1명 등 최소 12명이 사표를 냈는데 이들 대부분은 대형 로펌 변호사로 옮겨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대형 로펌에서 이직 제안을 받은 고법판사 3~4명도 사표 제출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최근 고법판사 퇴직자는 2021년 9명, 2022년 13명, 2023년 15명 등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올해도 비슷한 규모로 고법판사 퇴직자가 나올 수 있다. 한 부장판사는 “법원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고법판사들의 사직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또 대법원 총괄 재판연구관 출신인 지방법원 부장판사 최소 3명도 이번에 사표를 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