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s news

‘돈봉투 살포’ 송영길 구속…“불법자금 수수·경선 금품 관여”

0427 zion 2023. 12. 19. 08:06

‘돈봉투 살포’ 송영길 구속…“불법자금 수수·경선 금품 관여”

법원 “사안 중대하고 증거인멸 염려”

입력 2023.12.19. 03:00업데이트 2023.12.19. 07:04
 
 
 
178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뉴스1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으로 18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송 전 대표를 상대로 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 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 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며 ”인적·물적 증거에 관하여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등에 비추어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송 전 대표를 구속 상태에서 추가 조사한 뒤 돈봉투 수수 의혹이 있는 의원들을 향해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관석

돈봉투 살포 사건은 송 전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2021년 5월 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송 전 대표를 이 사건의 정점으로 보고 있다. 송 전 대표는 그해 4월 27일과 28일 윤관석 의원에게 돈봉투 20개, 총 6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윤 의원이 돈봉투를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또 송 전 대표는 같은 해 3월 30일과 4월 11일 당 대표 경선 캠프 지역본부장들에게 650만원을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그동안 송 전 대표는 모든 혐의를 부인해 왔다.

돈봉투 살포 과정에는 윤관석·이성만 의원과 이정근(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씨, 박용수(송 전 대표 보좌관 출신)씨, 강래구(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씨 등이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날 윤 의원과 강씨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과 3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 밖에 송 전 대표는 2020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외곽 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원을 수수했다는 혐의,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에게서 소각 처리 시설 관련 청탁과 함께 뇌물 4000만원을 수수했다는 혐의 등도 받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으로 송영길 전 대표가 구속된 것은 검찰이 지난 4월 12일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에 대한 압수 수색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8개월 만이다. 그동안 이 사건으로 윤 의원, 강래구씨, 박용수씨가 구속 기소됐다. 이 의원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고 있다.

검찰은 돈봉투 살포는 송 전 대표를 당 대표에 당선시키기 위한 것이었고, 여기에 송 전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ADVERTISEMENT
 
 

검찰이 확보한 이정근씨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에서 해당 정황들이 등장한다. 2021년 4월 10일 강래구씨가 이씨와의 통화에서 “누구 얘기를 (송 전 대표가) 하길래 ‘참 열심히 하네요’ 그랬더니만 영길이 형(송 전 대표)이 그러더라고. ‘그래서 안 그래도 내가 조금 처리해줬어 더 열심히 하라’고. 영길이 형이 뭐 어디서 구했는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많이 처리를 했더라고”라며 말하는 내용이 녹음 파일에 나온다. 당시 통화에서 강씨는 이씨에게 “내가 조금 ‘성만이 형(이성만 의원)이 준비해준 거 가지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송 전 대표가) ‘아유 잘했네. 잘했어’ 그러더라”고도 했다. 또 이씨가 “이제 더 안해도 되는 건가”라고 하자, 강씨가 “영길이 형한테 물어보고. 뭐 막판에 스피치 낼 때 한 번씩 더 해가지고”라고도 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주변 인물을 통해 6000만원이 마련됐고, 이 돈이 윤 의원을 거쳐 민주당 의원들에게 제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4월 26일 ‘송영길 캠프’의 기획회의에서 윤 의원의 제안으로 돈봉투 제공 계획이 확정됐고, 이 계획을 강래구씨가 확인한 뒤 박용수씨에게 전달해 봉투 하나당 300만원씩 담은 돈봉투 20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윤 의원은 송 전 대표를 지지하는 국회의원 모임의 좌장을 맡았고, 송 전 대표가 당선된 뒤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이날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송 전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던 것과 반대로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본인의 혐의를 계속해서 부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송 전 대표가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조만간 검찰은 구속된 송 전 대표를 소환 조사하고, 돈 봉투를 수수한 의혹이 있는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검찰은 돈봉투 20개가 최소 19명의 민주당 의원들에게 제공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 중 10명은 2021년 4월 28일 국회 외교통일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회의원 모임’ 참석자로 당시 윤 의원이 현금 300만원이 들어 있는 봉투를 이들에게 하나씩 건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날 모임에 송 전 대표가 참석했다는 관련자 진술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9명은 다음날인 4월 29일 윤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 등에서 만나 돈봉투를 건넨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