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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타운 찾은 英 찰스3세 “매운 김치 먹으면 머리 터지나요” 농담

0427 zion 2023. 11. 9. 18:38

한인 타운 찾은 英 찰스3세 “매운 김치 먹으면 머리 터지나요” 농담

 
8일(현지시각)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유럽 최대 한인타운인 뉴몰든을 방문해 한인들을 만나고 한국의 문화를 체험했다./ 로이터
입력 2023.11.09. 15:59업데이트 2023.11.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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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외곽의 한인 타운인 뉴몰든을 찾은 찰스 3세 국왕(왼쪽)이 윤여철 주영 대사(오른쪽)과 함께 한국의 음식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찰스 3세(74) 국왕이 8일(현지 시각) 유럽 최대 한인 타운인 영국 런던 외곽의 한인 타운 ‘뉴몰든(New Malden)’을 찾았다. 찰스 3세 국왕을 포함해 영국 왕실 고위 인사가 뉴몰든을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올해는 한영 수교 140주년의 해로,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20~23일)을 앞두고 벌어진 행사라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찰스 3세 국왕 대관식 이후 처음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외국 정상이기도 하다.

찰스 3세 국왕은 이날 오후 2시경 뉴몰든에 도착, 자신을 환영하기 위해 나온 지역 주민 수백 명에게 인사를 건네며 일정을 시작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직접 우산을 들고 주민들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눈 뒤 한인들과 만남 행사가 마련된 뉴몰든 감리 교회로 들어갔다. 한복을 입은 한글학교 어린이들이 한국과 영국 국기를 흔들며 국왕을 맞았고, 그는 뉴몰든 지역 박물관이 마련한 한영 수교 140주년 기념 전시를 둘러봤다. 그는 한국에서 만들어 공수한 김치를 선물로 받았다. 평소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이거 먹으면 (매워서) 머리가 터지는 거 아니냐(Will it blow my head off?)”며 짓궂은 영국식 농담을 던져 주변을 폭소케 했다.

영국 찰스3세 국왕이 8일 런던 외곽의 한인 타운인 뉴몰든의 한인 교회를 찾아 한복을 입은 어린이들에게 인사를 받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행사 내내 소탈한 모습을 보이던 찰스 3세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인 주제는 탈북민 인권 문제였다. 영국에는 현재 확인된 것만 약 1000명에 가까운 탈북 동포와 그 가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인 2만여 명이 거주 중인 뉴몰든에는 이 중 500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초·중반 영국이 탈북민의 영국 망명에 관대한 정책을 펼치면서 탈북 후 한국 대신 제3국을 선택했거나 혹은 한국을 거쳐 해외 이민을 결심한 탈북 동포들이 대거 영국으로 이주했다.

이날 행사장엔 이정희 재영탈북민총연합회 회장과 영국 의회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의 티머시 조 사무국장이 나와 찰스 3세를 만났다. 이 회장은 “국왕이 유독 우리 두 사람에게 여러 질문을 하며 관심을 보여 놀랐다”며 “줄곧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의 말을 경청하고, 탈북민 상황에 우려를 드러냈다”고 했다.

찰스 3세는 이 자리에서 탈북 동포들의 가족이 어디 있는지, 또 어떻게 탈출했는지 물었다. 이들이 “아직 가족들은 북한에 있다” “어찌어찌해 겨우 살아남았다(we survived)”라고 답하자 찰스 3세는 크게 놀라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 회장이 “최근 중국이 탈북민을 많이 북송하고 있는데 영국 정부가 관심을 갖고, 많은 힘을 써주시면 좋겠다”고 건의하자 찰스 3세는 대번에 “아주 좋은 이야기다. (우리가) 이런 일을 해야 한다. 탈북민을 보면 가슴이 많이 아프다”고 화답했다. 찰스 3세는 이날 행사장 건너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비에 헌화하고, 뉴몰든 지역에 사는 영국군 참전용사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왼쪽 가슴에 전몰자를 기리는 붉은색 양귀비꽃 배지를 하고, 흑인 참전용사를 따로 기리는 검은색 배지도 따로 달았다.

 
 
영국 찰스 3세 국왕(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8일(현지시간) 런던 남서부 외곽 뉴몰든 한인타운의 카페를 방문해 빙수에 관해 물어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둔 이날 찰스 3세는 한인 사회를 둘러보고 한국 문화 등을 감상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찰스 3세는 이날 행사장에서 한인 합창단의 ‘아름다운 나라’ 합창과 한인 무용가의 부채춤 공연을 감상했다. 공연에 쓰인 부채를 건네받아 한 손으로 펴보려다 잘 안 되자 멋쩍은 듯 쾌활하게 웃기도 했다. 그는 다음 주인 11월 14일 75세 생일을 맞는다. 뉴몰든 한인들은 특별히 미역국과 구절판이 들어간 한식 생일상을 만들어 내놨다. 국왕을 안내한 박옥진 킹스턴구 구의원은 “찰스 3세가 ‘구절판’이 채식인지, 한식에 해산물이 많이 들어가 건강에 좋은지, 수정과 재료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고 말했다.

찰스 3세는 이후 한국식 빙수와 케이크를 파는 한국 카페에 가 한국계 청년들을 만나 한국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빙수의 종류와 혼자 먹기 힘들어 보이는 많은 양(量)에 관심을 보였고, “K팝이 인기 있는 이유가 뭐냐”고 묻기도 했다. 생일을 맞아 얼그레이 홍차 케이크도 선물받았다.

한인 대표들은 뉴몰든을 떠나는 찰스 3세에게 “앞으로 한국 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인사를 건넸다. 찰스 3세는 “조만간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면 한국 문화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 같다”며 “윤 대통령과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BBC는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 방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것을 언급하며 “이번 버킹엄궁 방문 때도 그런 ‘외교적 가라오케(노래방)’가 가능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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