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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보다 1% 싸도 대박” AI 반도체 국내 기업들, 가성비로 싸운다

0427 zion 2023. 9. 11. 10:28

 

“엔비디아보다 1% 싸도 대박” AI 반도체 국내 기업들, 가성비로 싸운다

[한국 경제의 ‘뉴 엔진’] [2부] 국내 기업 경쟁력

임경업 기자

지난달 4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사피온 연구소. 연구소 한편엔 사피온의 AI 반도체 X220과 타사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장비가 놓여있었다. AI가 사진 수백~수천 장 안에 있는 사물을 구별해 내는 작업에서 사피온 X220으로 구동한 AI는 타사 GPU를 기반으로 한 것보다 전력이 52% 적게 들고, 속도는 1.6배 빨랐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작업하는 속도에서도 사피온 반도체가 타사 칩보다 1.6배 이상 빨랐다. 류수정 사피온 대표는 “올 하반기 양산 예정인 차기 AI 반도체(X330)를 시작으로 챗GPT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4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사피온 연구소에서 사피온의 AI반도체 X220과 타사 GPU 성능 비교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를 보여주는 영상. /제작=스튜디오 광화문

글로벌 AI 반도체 패권 경쟁에 한국 기업들도 출사표를 던졌다. SK그룹 계열사 사피온, 스타트업 리벨리온·퓨리오사AI 등 3곳은 양산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고, 성능을 개선한 2세대 반도체를 곧 출시할 계획이다. 이 칩들은 오픈AI 생성형 AI의 기본이 되는 LLM에 최적화됐다.

◇챗GPT가 아직도 찾는 맞춤형 AI 반도체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지난 7월 국내 스타트업 리벨리온을 포함한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에 이메일을 보냈다. “성능이 뛰어난 AI 반도체 양산을 마치면, 회사의 AI 반도체로 챗GPT 구동을 테스트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현재 챗GPT를 구동하는 핵심 반도체는 미국 엔비디아의 A100·H100 등과 같은 초고성능 반도체지만 언제든지 새로운 AI 반도체를 도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픈AI 같은 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GPU 외 다른 AI 최적화 반도체를 찾는 것은 가성비뿐만이 아니라 공급망 다변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 같은 특정 회사에 공급을 완전히 의존하면 신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기 때문에 대안이 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AI 반도체 업체들은 후발 주자지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성능 경연 대회에서 미국 엔비디아·퀄컴 같은 경쟁사 AI 반도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능 테스트 결과를 보인 덕분이다. 올해 4월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아톰’이 퀄컴·엔비디아의 동급 반도체보다 처리 속도가 1.4~3배가량 빨랐고, 같은 대회에서 사피온(2022년 대회)과 퓨리오사AI(2021년)도 엔비디아 반도체를 특정 성능(이미지 처리·전력 효율) 부문에서 뛰어넘는 결과를 냈다.

◇무주공산 AI 반도체, 성공하면 수십조 매출 가능

AI 전용 반도체 시장은 빅테크 눈높이에 맞춘 제품이 아직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이다. 구글·아마존 등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고, 스타트업들이 내놓은 AI 반도체도 제한적으로만 사용된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능 좋은 AI 반도체를 내놓으면 충분히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개발한 AI 반도체가 본격 AI 서비스에 탑재되면 해당 업체는 연간 순매출만 수백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침체 속에 AI 반도체는 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 총 25곳이 투자사 101곳에서 60억달러(약 7조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기업 가치 수천억 원을 평가받고 1000억원 내외 투자금을 유치했다.

국내 IT 대기업들도 이 스타트업들과 손을 잡았다. 네이버클라우드·KT클라우드·NHN클라우드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리벨리온·사피온·퓨리오사AI의 AI 반도체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섰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나가려면 개발한 AI 반도체가 실제 서비스에 쓰일 수 있다는 검증 결과(레퍼런스)가 필요하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레퍼런스가 쌓인다면,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는 것이 꿈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