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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침공 대신 ‘하마스 포위戰’...벙커버스터로 땅굴부터 때렸다

by 0427 zion 2023. 10. 30.

전면 침공 대신 ‘하마스 포위戰’...벙커버스터로 땅굴부터 때렸다

하마스 격멸 목표, 가자지구로 탱크 앞세워 지상군 들어가
외신 “남·북부 일부 장악”… 이란 “레드라인 넘었다” 경고

입력 2023.10.30. 03:06업데이트 2023.10.3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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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작전에 돌입한 이스라엘군이 29일 탱크와 불도저를 동원해 장벽을 부수고 가자지구로 진격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이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 북부에 지상군을 투입하고 본격적인 하마스 격멸 작전에 돌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현지 시각) 오후 늦게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하마스와의 전쟁 2단계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하마스와 전쟁을 3단계로 치르겠다며 1단계를 공습, 2단계를 지상군 투입과 하마스 격멸, 3단계를 새 안보 체제 구축(대체 정권 수립)으로 정의해 왔다. ‘2단계 시작’은 사실상 지상전 개시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의 회견 직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침공(지상전)을 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자국을 기습 공격해 1000여 명의 민간인을 납치하거나 죽인 하마스와 전쟁을 벌여 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현지시각)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3주가량 계속되는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날 가자지구에서 시작한 지상 군사작전으로 전쟁이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면서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신화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대해 27일 오후부터 개전 후 최대 규모의 육·해·공 전방위 공격에 돌입했다. 하마스가 텔아비브와 그 주변 지역을 로켓포 수백발로 공격한 직후다.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를 공습하는 한편 전차를 앞세운 지상군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 하마스의 주요 지휘관 수십명을 사살했고 하마스의 벙커이자 이동 통로 역할을 하는 땅굴 등 군사 시설 450여 개를 파괴했다. 이스라엘군은 29일 “병력을 추가 투입, 지상전을 계속 확대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28일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전일 진입한) 지상군이 여전히 가자지구 내에 머물고 있다. 새 명령이 있을 때까지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 공격이 기존의 제한적 지상 작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시사했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가자지구에 민간인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스라엘에 자제를 요청해 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을 먼저 죽인 하마스에 대한 보복을 미룰 순 없다면서 지상군 투입을 강행했다. 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비난하는 입장을 28일 일제히 발표했다.

29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한 보복 폭격을 선포한 가운데, 가자지구에서 검은 연기 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27일 오후 가자지구에 대한 고강도 폭격으로 본격적 지상전의 문을 열었다. 먼저 지하 수십m를 뚫고 들어가 땅 아래에서 폭발하는 ‘벙커버스터’ 폭탄을 대거 투하했다.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지하에 뻗은 하마스의 땅굴을 노린 것이다. 이 공격으로 가자시티 내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가자지구의 인터넷과 전화도 모두 마비됐다가 29일 일부 복귀됐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27일 밤부터 가자지구 안으로 진격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과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전차를 앞세운 이스라엘 기갑 부대가 포병 및 공병대와 함께 북쪽 해안과 서부 경계를 통해 가자지구에 진입,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시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작전 규모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소장)은 27일 밤 언론 브리핑에서 “오늘 밤 지상군이 가자지구 내 작전을 확대하고 공격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그는 29일에도 “밤새 가자지구에 더 많은 병력이 들어갔으며, 가자지구 북부에서의 지상 작전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병력이 투입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와 함께 ‘지상전 개시’ 혹은 ‘전면 침공’이라는 표현도 자제 중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28일 회견에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 침공이 본격화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긍정·부정도 하지 않고 직답을 피했다.

27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가자시티에 공습을 가해 화염이 치솟고 있다(위 사진). 이스라엘군이 28일 가자지구 접경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아래 사진). /AFP·신화 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이코노미스트 등 영국 언론은 이런 상황을 근거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에 대한 전면 침공 대신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 일부를 장악하고 (가자시티에 대한) 포위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P와 CNN도 “현재 벌어지는 작전 규모는 예상보다 크지 않다”며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했다. 이는 지상전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이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지상전이 벌어지면 육·해·공군이 총공세를 벌여 3~6주 내에 전쟁을 끝장낼 것이란 기존 예측과 다른 전개다. 네타냐후 총리도 “길고 힘겨운 전쟁이 될 것”이라며 장기전을 시사했다.

이 같은 이스라엘의 지상전 전략 변경은 국제 사회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는 친(親)팔레스타인 입장인 주변 아랍·이슬람 국가는 물론, 미국·유럽 등 서방국에도 큰 우려를 불러 왔다.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아 온 하마스의 기존 행태로 보아 이번 공격 역시 막대한 민간인 사상자를 초래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7일까지도 이스라엘에 대규모 지상전 재고(再考)를 요청했다.

이스라엘의 희생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대형 건물이 많고, 총연장 500㎞가 넘는 땅굴이 거미줄처럼 놓인 가자시티의 구조는 이스라엘군에 큰 위협이다. 하마스는 이런 환경을 이용해 곳곳에 저격수와 폭발물 등을 배치, 이스라엘군을 공격할 전망이다. NYT는 이를 근거로 “지상전이 벌어지면 가자지구는 ‘지옥의 놀이터’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엔과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의 휴전을 잇따라 요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러나 “이 전쟁은 제2의 독립 전쟁으로, 이번에 하마스를 못 없애면 이스라엘의 안보는 영원히 위협받는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지상전 개시로 민간인을 포함한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측 인질 229명의 신변이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그는 “하마스를 더 강하게 압박해야 인질 석방도 수월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