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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中 삼성 복제공장’ 불법 헤드헌팅사 통해 핵심 인력 200명 빼갔다

by 0427 zion 2023. 10. 25.

[단독] ‘中 삼성 복제공장’ 불법 헤드헌팅사 통해 핵심 인력 200명 빼갔다

삼성전자 前 임원, 중국에 유출… 핵심 관련자 10여 명 압수수색

입력 2023.10.25. 03:00업데이트 2023.10.2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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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설계도를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최진석 전 삼성전자 상무이사 등 7명이 기소된 사건과 관련, 경찰이 최씨와 새로운 공범 등 10여 명에 대해 다른 혐의를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캠퍼스/삼성전자 제공

애초 수원지검은 최진석씨에 대해 2018년 대만기업으로부터 8조원을 투자받은 뒤 삼성전자 공장 설계도를 기반으로 중국 시안에 ‘복제 공장’을 세우려 한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이것이 무산되자, 최씨는 2020년 중국 쓰촨성 청두시로부터 4600억원을 투자받아 합작회사를 차리고 청두에 ‘삼성전자 복제 공장’을 세웠다. 이 부분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래픽=백형선

이와 관련,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2021년 이후 2년간 청두 ‘삼성전자 복제 공장’에서 20나노급 D램 반도체 라인이 가동되는 것에 삼성전자 기술이 활용된 구체적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유출한 기술은 20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온도, 압력 등 700~800단계 공정에 관한 핵심 정보라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생산 공정에 관한 핵심 기술을 통째로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현재 최씨 등 10여 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 대상자에는 삼성전자 공정 설계 분야 수석 연구원 출신, SK하이닉스 임원 출신, 반도체 관련 학과 교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달 삼성전자 전 수석 연구원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고 18일부터 이틀간은 다른 관련자들의 자택·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과 연계된 불법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중국으로 건너간 반도체 엔지니어 200여 명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또한 기술 유출과 관련이 있는지 내사 중이라고 한다. 산업 인재 유출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경찰은 전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청두에서 가동 중인 ‘삼성전자 복제 공장’은 CHJS(청두가오전)이라는 합작회사가 운영 중이다. 최진석씨 등은 기술을 제공하고 청두시가 4600억원을 투자하는 형식으로 만든 회사라고 경찰은 보고 있다. 이 반도체 공장은 최씨의 반도체 제조 기술 컨설팅 업체 ‘진세미’가 만들었고, 청두시는 기술 교육과 공장 유지 비용으로 진세미에 매년 1500억원을 추가 투자하는 약정도 맺었다. 이번에 경찰은 반도체 공장 설계도뿐 아니라 생산 공정 노하우까지 통째로 넘어간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술은 삼성전자의 20나노급 D램 반도체의 공정 기술이라고 한다. 한국에선 2012~2014년에 처음 개발했는데, ‘첨단 반도체의 교본’이라 부르는 기술이라고 한다. 업계에선 20나노급 D램 기술까지 도달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그 수준에 도달하면 업그레이드가 비교적 쉬워 ‘게임 체인저’라고도 부른다.

이규복 반도체공학회 회장은 “20나노급 D램 기술이 넘어가면 우리나라 반도체 매출에 직접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20나노급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주력하는 13나노, 14나노급으로 금세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는 약 7년인데, 기술 유출이 없다면 중국은 아직 20나노급까지 따라잡을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반도체 엔지니어 등의 중국 유출도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CHJS는 언론인 출신 등으로 내부 인사팀을 꾸리고, 일부를 한국에 상주시키며 반도체 대기업 출신, 국내 대학 반도체학과 교수 등을 대표로 세운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핵심 인력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대표인 최진석씨가 기소된 뒤에도 이런 ‘불법 헤드헌팅’은 계속됐다고 한다.

이 업체는 이른바 ‘포인트 헤드헌팅’으로 엔지니어들을 섭외한 것으로 조사됐다. 적용할 기술이 필요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인물을 물색하고, 현직에서 그 기술과 관련된 일을 하는 엔지니어들을 접촉했다. 퇴근길에 기다렸다가 연봉 2배 이상과 체류비, 자녀 교육비 등을 약속하며 중국 공장으로 이들을 섭외했다는 것이다.

현행 산업기술법에 헤드헌팅 업체의 ‘인력 유출’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헤드헌팅 업체는 처벌할 수 있지만, 형량이 너무 낮다”면서 “인력 유출이 심각한 만큼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