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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M 노조, 무노조·무파업 약속 5년만에 걷어차나

by 0427 zion 2024. 10. 18.

GGM 노조, 무노조·무파업 약속 5년만에 걷어차나

파업 수순 밟는 '광주형 일자리'

입력 2024.10.1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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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5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GGM(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에서 캐스퍼 전기차 1호가 공개되는 모습. GGM은 ‘무노조, 무파업’ 운영을 표방하며 만들어졌다. /연합뉴스

노·사·민·정(勞使民政) 대타협을 통해 무파업 운영을 표방하며 만들어진 ‘광주형 일자리’ 사업 대표 업체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노동자가 저임금을 수용하는 대신 무파업으로 생산 공장을 운영한다는 지난 정부의 방침에서 출발한 GGM의 사업 모델이 노사 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전남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는 GGM 노사 갈등과 관련해 노사 교섭 중지 여부가 안건으로 올라왔다. 임금 및 단체협상을 두고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지노위에 조정을 요청한 것이다. 여기서 조정에 실패하면 파업을 의미하는데, 지노위가 ‘주 1회 교섭하라’는 권고안을 내면서 급한 불을 껐다. 그렇다고 파업 가능성이 줄어든 건 아니다. 임금 인상 등을 두고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커 합의 과정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지난 8일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85.97% 찬성률로 이를 가결한 노조 측은 임금의 대폭 인상 등 200여 개 요구안을 사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에선 GGM 설립의 핵심 전제였던 ‘낮은 임금을 통한 일자리 유치’ 모델이 흔들리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GGM이 노사 상생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홍보했지만, 실제 직원들 사이에서 낮은 임금 탓에 처우에 대한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GGM 근로자 연봉은 3500만원가량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1억원 수준인 현대·기아차 직원 평균 임금 등과 비교해 “똑같이 자동차를 만드는데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는 불만이 많다. 광주광역시가 사택 건립 등 연 700만원 수준의 ‘사회적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한 약속도 일부만 이행되고 있다.

실제 GGM 파업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지는 이유는 임금 인상과 무파업 약속 등에 대한 노사의 시각차 때문이다. 사측은 노·사·민·정 대타협의 핵심인 GGM 투자협약서 등을 근거로 ‘무노조·무파업’은 분명한 약속이었고, 임금 인상도 물가 인상률에 근거하기로 합의한 만큼 이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 측은 법을 초월한 약속인 데다 무노조·무파업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본지가 확보한 ‘GGM 투자협약서’, ‘노사상생발전협정서’에 따르면, 여기엔 “안정적인 노사 관계 정착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상생노사발전협의회(상생협의회)를 구성하고 결정 사항의 유효 기간은 35만 대 달성까지로 한다”고 기재돼 있다. 이는 다른 업체와 달리 노조 대신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노사 관련 업무를 논의하자는 뜻으로, 이 문구가 ‘무노조·무파업’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게 사측 입장이다. 지난해까지 캐스퍼 생산량은 11만 대였다. GGM 설립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협정문에 무노조 등을 명시적으로 명기할 수 없기 때문에 상생협의회 관련 문구로 대신한 것”이라고 했다. 이 조건이 없었다면 현대차가 애초 투자를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투자협약서엔 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도 “전체 근로자 초임은 3500만원(44시간 근무 기준)으로 하고, 임금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결정한다”고 적고 있다. 임금 협상 역시 상생협의회를 통해 결정되므로 이 조항 역시 35만 대 생산까진 준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야 하는지를 두고도 양측의 의견이 다르다. 이는 일종의 노·사·민·정 간의 ‘신사협정’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에선 헌법이 노조 조직, 파업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이에 배치된다며 ‘광주형 일자리’ 모델 자체가 위법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당시 노·사·민·정의 노측 주체는 한국노총으로 민노총은 참여하지 않았다. GGM 노사는 앞으로도 이 해석 등을 두고 다툴 가능성이 크다.

☞광주형 일자리

문재인 정부 때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조건으로 기업 투자를 유치한 일자리 유형. 노조 대신 ‘상생협의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임금 협상과 같은 노사 문제를 처리키로 했지만, 근로자들은 낮은 임금 등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