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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어.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교보문고 광화문점까지 한 걸음에 달려온 김진운(85)씨.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직원에게 “채식 어딨습니까, 채식”이라며 소설 ‘채식주의자’를 애타게 찾았다. “아픈 다리는 괘념치도 않아. 우리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두 눈으로 확인해야지.”
11일 오후 12시 서울 중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입구. 학생, 직장인, 어르신, 외국인 등 50여 명의 사람들이 한강 작품을 올려놓은 특별진열대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 옆 한강의 사진을 걸어놓은 포토존에서는 사진을 찍기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서울 종로구 대동세무고등학교 2학년생 오재현(17)군은 “학교에서 중간고사를 마치고 오는 길”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첫 노벨문학상 작품이 어떤 건지 궁금해서 찾아왔다”고 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점에 들른 서울 중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남모씨는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사러 왔다. 섬세한 표현과 강력한 메시지가 기대된다”고 했다.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공부하고 있는 일본인 유학생 야마모토 겐지(27)씨는 “노벨문학상에 아시아 첫 여성작가가 나왔다는 것에 놀랐다”며 “하루키와 어떤 점들이 다른지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서점에서 책을 나르고 있는 한 직원은 “전날 8시 노벨상 발표 직후부터 사람들이 쏟아져 책들을 계속 보충하고 있다”며 “약 20분 간격으로 진열대에 놓여있는 책들이 모두 동난다”고 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이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책방오늘'에 11일 오후 많은 팬들과 취재진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조인원 기자
같은 시각 한강 작가가 운영하는 책방도 시민들로 가득 찼다. 서울 종로구 서촌에 방문했던 관광객들도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하는 등 골목은 금방 시끄러워졌다. 광화문에 사는 남모(57)씨는 “살면서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걸 볼 줄은 몰랐다. 일생일대의 경사라 아침부터 찾아왔다”고 했다. 서촌 주민 설재우(43)씨도 “서촌 주민 단체 채팅방에선 환호와 함께 한강 작가 목격담이 쏟아졌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현수막을 어디다 걸어야 하나 논의했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온 박상은(46)씨도 “한강 작가가 운영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바로 달려왔다.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를 사려고 한다”고 했다.
문을 연 직원들이 오늘 한강 작가는 오지 않는다고 안내해도 책방은 손님들로 인산인해. 한강 소설과 산문집부터 동이 났다. 관광객들 20여명도 소문을 듣고 찾아와 기념 사진 촬영했다. 전북 남원에서 온 한 관광객은 “어제 서점 앞을 지날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인데,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 수상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관광객은 “소설 ‘채식주의자’를 읽고 충격을 받았는데,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온라인 서점에서도 ‘한강 신드롬’은 계속 됐다. 업계에 따르면, 교보문고는 지난 10일 오후 8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약 6만부가 팔렸다. 노벨상 수상 전날 대비 판매량이 451배 증가했다. 예스24에선 수상 직후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7만부 이상 팔렸다. ‘소년이 온다’는 2만8000부, ‘채식주의자’는 2만6000부, ‘작별하지 않는다’는 2만3000부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소년이 온다’는 전일 대비 판매량이 784배, ‘채식주의자’는 696배, ‘작별하지 않는다’는 3422배 늘었다. 한강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 합치면 판매량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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